하나님이 기획 하시고, 하나님이 이끄시는 이야기

“처음부터 크고 거창하게 시작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포도나무교회에 와서 어느덧 10년.
2017년 크리스마스 이브, 정식 등록했던 날을 떠올리며 김은총 총괄기획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에게 크리스마스는 하나님이 제게
‘하나님의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를 가르치신 날이에요.”
그렇게 시작된 포도나무교회의 크리스마스 전야제 기획과 문화사역.
8년, 9회를 지나며 그는 그 안에서 한 가지를 뼈저리게 배웠다.
‘하나님의 일은 내 뜻대로, 내 방법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문화, 그 안에 흐르는 마음
처음 포도나무교회의 크리스마스는 학예회처럼 각 부서가 준비해온 장기자랑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기획’이라는 개념이 들어오고, ‘주제’가 생기고,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진지한 준비와 기도가 시작됐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교회 문화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는 일,
부서들이 하나로 움직이는 일,
무엇보다 헌신과 팀워크를 익히는 일은
시간이라는 이름의 기다림 없이는 불가능했다.
“정말 하나님이 저에게 주셨던 마음이 있어요.
‘이건 최소 7-8년은 걸릴 거다.’
그리고 실제로, 8년째 되는 해에 달라진 걸 보게 됐어요.”
리허설이 아수라장이던 그 시절을 지나,
아동부 아이들조차 무대 매너와 질서를 알고 움직이는 지금은 확신하게 됐다.
‘시간이 쌓이면 문화가 된다.’
더 마터 오브 카타콤 — 자연스러운 연결, 그러나 분명한 메시지
더 마터 오브 카타콤의 시작은 의외로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주제였다.
30주년 기념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부터 이미,
교회 안에 초대교회의 삶, 순교적 신앙,
그 강도 높은 복음적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오르내리던 시간들.
“이 이야기를 우리가 해볼까?”
“뮤지컬로 풀어내 볼까?”
그런 질문들이 쌓여서,
하나님이 자연스럽게 이 작품을 30주년의 기념작으로 세우게 하셨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늘 같은 질문이 있었다.
“하나님, 이번엔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나요?”

교회 안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
김은총 기획자가 가장 많이 고민해온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전문성” 과 “하나님 마음”
그 두 세계 사이에서 길을 찾는 일.
세상의 문화 예술 기준으로 보면
교회 안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어딘가 서툴고 부족해 보일지 모른지만, 확신하는 건 이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결과물을 보고 계신 분이 아니에요.”
그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처음 그 일을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자아,
그걸 내려놓고 하나님만 바라보려는 태도.
그것이 준비 과정에서 하나님께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지점이었다.
왜 교회 안에서, 왜 함께 해야 하는가
“저는 지금, 그 기준을 교회 안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기준은 세상에서 배워 온 문화 예술을 그냥 교회 안으로 들여오는 게 아니라
하나님 중심의 문화 예술,
하나님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업,
그 고민과 기준 만들기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하나님이 허락하셔서, 또 한 발 외부로 나가기 전
‘함께 만드는 시간’ 을 하나님이 포도나무교회 안에 허락 하셨다고 믿는다.
마터 오브 카타콤, 이 작품이 가진 자리
포도나무교회 30주년.
더 마터 오브 카타콤 뮤지컬이 서 있는 자리는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작품 안에 담긴 모든 캐릭터들,
마셀라스, 세실리아, 나타샤, 루셀라스…
그 인물들이 겪는 투쟁, 갈등, 순종, 죽음…
사실 그 모습 안에 우리 각자의 모습이 있어요. 제가 기대하는 것은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캐릭터에 투영 되든, 그 안에서 하나님이 지금 나에게 말씀하시는 메시지를 듣는 것이에요.”
그게 바로 이번 작품이 가진 가장 큰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오늘도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가 만드는 이 작은 무대 위에도
당신의 임재가 가득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라는 사람들,
함께 작업하며 다루어지는 사람들,
하나님 앞에 서서 자신을 내려놓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
그 모든 과정을 지나며
포도나무교회와 더 마터 오브 카타콤은
하나님이 기획 하시고, 하나님이 이끄시는
그분의 이야기 안에 서 있다.
그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여정, 그리고 지금 우리가 알게 된 것
처음 이 이야기를 시작하며 우리는 물었다.
“헌신 —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을까?”
누군가는 주저했고,
누군가는 부족했고,
누군가는 도망치고 싶었고,
누군가는 무대 밖 어두운 자리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이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그 안에서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발견할 수 있었던 한 가지가 있었다.
‘헌신’은 결국, 하나님께 다루어지는 삶이었다.
능력이 많아서가 아니라,
잘나서가 아니라,
그저 하나님이 일 하실 수 있도록 비워지는 사람.
그리고 그 빈 자리를 통해
하나님이 그분의 이야기를 흘려보내시는 자리.
김은총 감독이 그 긴 시간 끝에 말한 것처럼 —
“하나님은 우리의 결과물을 보시는 분이 아니에요.
우리가 그 자리를 어떻게 통과 하는지를 보시는 분이에요.”
그것이 이번 더 마터 오브 카타콤 뮤지컬이,
그리고 그 안을 걸어간 모든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헌신이었다.
아마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하나님의 ‘기획’ 안에 서 있는
우리 모두의 한 장면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