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들은 왜 이토록 헌신하고 있을까?”
창작 뮤지컬 <더 마터 오브 카타콤> 공연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용인 한 교회의 지하에서, 평일 밤과 주말 저녁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연기하고, 노래하고, 땀 흘리고 있다. 대부분 생업을 가진 평범한 이들이다. 누군가는 아이를 재우고 나오고, 누군가는 퇴근하자마자 곧장 달려온다. 대형 기획사도 아니고, 화려한 무대 장비도 없다. 그저 창립 30주년을 맞은 교회 공동체가 직접 만들고 있는 하나의 ‘창작 뮤지컬’일뿐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이토록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헌납하고 있는 걸까? 공연이 단 하루뿐인데,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무대가 단지 교회 행사로 만 끝나지 않고, 사람의 삶을 건드릴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오랫동안 품고 있던 이 질문들을 더 이상 혼자만 품고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잇끄’의 시선으로, 그리고 관객이 아닌 관찰자로서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크리스천이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왜 어떤 사람은 어떤 일에 이토록 헌신하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 고개를 들게 된다. 그 진심의 무게를 느껴보기 위해 나는 그들이 모이는 교회 지하로 내려갔다.
그 첫 번째 인터뷰는 <더 마터 오브 카타콤>에 참여한 세 사람, 김록영, 이형준, 오경석의 이야기다.
ㅣ 김록영 ('판사' 1 역)
P: 안녕하세요. 카타콤에서 어떤 역할 맡고 계시나요?
김록영: 극 중 역할에 판사 3명이 있는데 ‘판사 1’을 맡고 있습니다.
P: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록영: 저는 미국에 있는 아들 집에 가 있었어요. 이 뮤지컬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교회의 한 사모님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판사 1’ 역할을 좀 해주면 어떻겠냐’고요. 저는 멀리서 이렇게 연락해 주신 게 너무 감사해서 ‘알겠습니다’ 하고 수락했죠. 재작년 성탄 행사 때 찬양팀으로 함께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많이 은혜가 되고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P: 참여하시면서 어떠신가요?
김록영: 배우와 스텝들의 임하는 자세를 볼 때도 그렇고, 화요일마다 있는 예배 모임에서 나누어지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이 뮤지컬이 성도들에게 정말 뭔가를 전할 수 있는 뮤지컬이 되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동시에 ‘과연 내가 이걸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도 들더라고요.

ㅣ 이형준 (‘메사’ (목소리) 역)
P: 안녕하세요. 카타콤 뮤지컬에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나요?
이형준: 몇 달 전 교회에서 3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의 배우와 스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어요. 시간이 꽤 흘러서도 공석이 많은 것 같아서 기도하고 있었는데 구경꾼의 자세가 아닌 적극적으로 기도하고 지원해 보면 좋겠다는 마음을 주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우선은 섭외를 많이 도왔습니다. 그리고 연기는 자신이 없지만 목소리로만 출연하는 배역도 있다고 해서 순교하는 로마 검투사 ‘메사’역의 목소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P: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고 계시나요?
이형준: 담임 목사님께서 최근에 초대교회의 삶을 배워가야 함을 말씀하시는데 그 이전부터 이번 공연을 하나님께서 인도해 오신 과정을 전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일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은혜받고 초대 교회 성도들의 삶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고요. 저는 그냥 당일 공연만 볼 줄 알았는데 작게나마 이렇게 참여하게 돼서 그 은혜를 함께 누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P: 이전에도 포도나무교회의 문화 예술 관련 사역에 참여하신 적이 있었나요?
이형준: 저는 이런 행사 때 주로 밥을 많이 했었어요. 참여하시거나 초청되는 분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섬김이요. 무대에 올라간다거나 그런 부분에 재능도 없고요. 그런데 저희 오이코스 지체들은 재능 있는 분들이 많아서 하나님이 기회를 허락하시면 그런 지체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그 기도를 들어주셔서 저희 오이코스 지체들이 여럿 참여하게 돼서 감사하고 기대가 됩니다.
ㅣ 오경석 (‘판사 2’ 역)
P: 안녕하세요. 카타콤에서 어떤 역할 맡고 계시나요?
오경석: 저는 ‘판사 2’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P: 귀한 판사 역할로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가 장군님과 판사님들을 오랫동안 기다렸거든요.
오경석: 네 그렇게 들었어요.
L: 섭외되셨을 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오경석: 이런 연극이나 뮤지컬은 중고등부 때 해본 게 다여서 좀 떨리긴 했는데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P: ‘판사 2’ 역할 하시면서 하나님께서 새롭게 알게 해주신 것이 있나요?
오경석: 좀 부끄러운데, ‘판사 2’는 피비린내 나는 현장(극 중에서 크리스천이 순교당하는 장면)에서 그걸 보면서 돈을 벌고 돈 따먹기를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처음에 ‘에이, 돈만 날렸잖아’라는 대사가 있어요. 다른 판사들은 ‘자중하시게나’, ‘판사 체면이 있지’ 하면서 말리는데 ‘판사 2’는 돈에 집착해요. 그런데 저도 물질적인 부분에 약함이 있어요. 그래서 이 대사를 할 때마다 그 부분에 대해서 하나님이 계속 콕 찌르시고, 모든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자꾸 확인시키시는 부분이 있어요.’왜 하필 나에게 이 대사가 왔지?’ ‘왜 하필 ‘판사2’ 역할을 주셨나’ 이렇게 여쭐 때마다 그 모습이 제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L: 이 뮤지컬을 통해 포도나무교회에 어떤 메시지가 전해지기를 원하시나요?
오경석: 저는 로마에 있는 카타콤은 가본 적이 없는데, 비슷하게 터키에 있는 데린쿠유라는 지하 도시를 가봤어요. 정말 컴컴하고 계단을 한참 내려가는데 ‘초대교회 당시 사람들이 이렇게 땅속으로 내려가서 하나님을 예배하면서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싶더라고요. 저는 그들이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오히려 빛을 보고 그 안으로 들어간 거였더라고요. 그들이 그 빛을 보고 모든 삶을 내던지고 그 빛을 찾아서 그 안으로 들어갔던 것처럼, 지금을 사는 우리들도 그들이 보았던 그 빛, 영원한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고 우리도 그 빛을 향해 나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판사 1, 검투사 메사, 판사 2로 등장하는 이들은 각각 다른 삶의 자리에서 이 무대에 합류했지만, 무대 밖에서는 모두 같은 질문과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시간을, 에너지를, 삶의 한 조각을 내어줄 수 있는가?”
또는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의 대답은, 생각보다 깊고 조용하게, 내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 인터뷰들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