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 그 마음 그대로
무대 위의 이야기만큼이나
무대 밖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그 자리에서, 그 사람답게 —
누군가는 음악으로, 누군가는 영상과 그림으로
하나님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이번엔 그 조용하고 깊은 두 걸음을 따라가 본다.

ㅣ 황강민 (음악 작곡 & 메인 건반)
“함께하는 게 기쁨이고,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던 기억들이 생생해서
계속 동참하게 돼요.”
이번 뮤지컬은 이전 작품들과 또 다른 결이 있었다.
초대교회, 순교, 선교적 삶 —
목사님과의 대화 중 우연히 발견된 한 권의 책,
그리고 자연스럽게 결정된 이번 주제.
그는 생각했다.
이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펼쳐질 때
성도들이 조금 더 실감하고,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지만, 20년 가까이 곡을 쓰지 않았던 사람.
그런데 교회에서, 하나님 안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 이 일은
그저 기술이나 실력으로는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저는 깡통인데, 하나님이 하시면 저를 통과해서
하나님의 작품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작업할 때 늘 그런 마음이었어요.
‘저를 통해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그는 알았다.
이 곡들 안에는 그냥 멜로디나 가사가 아니라,
삶의 고백과 고난과 은혜가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그것이 바로 초대교회가 살았던 삶이기도 하고,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야기임을.


ㅣ 정현수 (영상, 미디어 아트워크)
그는 늘 영상을 만들어온 사람이었다.
밤을 새워 일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했던 사람.
그런데 교회 안에서, 하나님 앞에서 일을 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삶이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하나님과 관계 안에 있어야 된다는 것.
관계 밖에서 일을 하려고 하면
모든 게 다 실패하더라고요.”
이번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계획도 세우고, 일정도 짜고, 팀원들과 함께 기도하며 준비했는데
희한하게도, 아무것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깨달았다.
‘결과물’이 목적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자신을 다루고 계셨고,
자신의 연약함과 조급함, 자존심과 고집을 드러내고 계셨다.
“그림 한 장을 그려도 하나님을 찾아야 되더라고요.
하나님이 왜 지금 이 가위질을 하게 하시는지 묻고,
왜 이걸 이렇게 하게 하시는지 구하는…
그런 관계 안에서 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아주 작고 소중한 갈망 하나가 그 마음 안에 생겨났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더 알고 싶어요.”
그는 말한다.
“그냥 그대로 따라가는 게
지금 저에게 주신 테스크인 것 같아요.
‘가보면 뭐가 있을 거야’가 아니라,
그냥 가는 것.
그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동행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동행 안에서
하나님은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에게 내 사랑을 이미 다 보여줬어.”
“그걸 알게 되는 방법은, 나를 따라오는 거야.”
한 발 한 발, 그대로 따라가는 삶.
그게 그가 오늘도, 다시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드는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 그 길 위에서 발견되는 것들
무대 위 헌신만큼이나
무대 밖에서도 매일같이 드러나고, 깨지고, 빚어지는 이야기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하나님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계셨다.
음악을 짓고, 영상을 만들고,
누구는 무대 위에서, 또 누구는 무대 밖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하나님을 따라 걸어온 시간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 위에는
처음 그 질문이 있었다.
“왜 우리가 이 이야기를 해야만 했는가.”
그리고
“무엇을 전하고, 어디를 향해 가고자 했는가.”
그 질문과 응답을 안고,
포도나무교회 더 마터 오브 카타콤 뮤지컬을
처음 기획하고, 구상하고, 연출하며
이 길을 열어온 사람들이 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그들 — 총괄기획자, 연출자, 그리고 무대 위 한복판을 걸어온 주연배우의 이야기를 통해
이 작품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무엇을 품고 흘러가고 있는지
그 첫 마음과 큰 그림을 만나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