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길을 걷던 이들이 한 무대 위에서 같은 이야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누군가는 주저했고, 누군가는 처음부터 준비되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모두 ‘초대받았다’는 확신 아래 그 자리에 서게 되었고, 하지수 님도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ㅣ 하지수 (‘세실리아’ 역)
P: ‘세실리아’ 역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하지수: 스텝 분들 사이에서 저를 추천하셔서 제의가 왔고, 며칠 고민할 시간을 주셨어요. 처음에는 제가 맡을 만한 역할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이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기도를 시작했어요. 그 주간에 담임 목사님께서 ‘교회가 한 팀이 되어야 한다’는 설교를 하셨는데, 그 ‘한 팀’이라는 말이 저에게 크게 와닿았어요. 자연스럽게 이 뮤지컬과 연결되었고, 저도 그 일부가 되기를 하나님께서 원하신다는 마음이 들어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P: 노래를 배우셨나요?
하지수: 아니요,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을 뿐이고, 교회에서 예배팀으로 반주나 찬양으로 섬길 기회를 주셔서 자연스럽게 익힌 부분이 많아요.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제 안에서 하실 수 있는 최선으로 배우게 하셨다고 생각해요.
L: 세실리아를 연기하면서 특별히 와닿았던 부분이 있다면요?
하지수: ‘세실리아’는 남편을 잃고, 극 중에서는 딸마저 잃는 인물이에요. 굉장히 비극적인 상황이죠. 억지로 감정을 짜내기보다 ‘하지수’의 세실리아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그녀는 자신이 하나님께 모두 드렸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자녀라는 마지막 애착을 쥐고 있었던 인물이에요. 저 또한 연습 과정에서 마음에 남아있는 자녀에 대한 집착이나 자기유익을 하나님께서 건드리시고 내려놓게 하셨어요.
특히 ‘폴리아’가 제 딸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엔 감정 이입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지아(‘폴리아’ 역)를 딸이 아닌, 공동체의 지체로 바라보게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부터 이 인물이 친딸 이상으로 소중하게 느껴졌고, 공동체 안에서의 연결과 사랑이 더 깊어졌어요.
L: 이 뮤지컬을 통해 교회에 전해졌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하지수: 하나님께서 저에게 경험하게 하셨듯, 우리 모두가 자신을 위한 애착 없이, 공동체를 위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나를 위한 그 어떤 애착도 남기지 않는 자세로 나아가는 것이요. ‘회복과 부흥’은 한 사람이 아닌 ‘한 몸’인 교회에 주신 비전이니까요. 이 뮤지컬이 포도나무교회 공동체가 얼마나 귀한지 다시금 알게 하는 도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누군가는 무대가 처음이고, 누군가는 익숙하지 않은 역할로의 일탈입니다. 그럼에도 모두 그 자리에 누군가의 부르심을 받았고, ‘준비되었다’ 보단 ‘응답했다’ 에 더 가까웠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그렇게 또 한 명의 참여자에게 이어집니다.
ㅣ 장하준 (‘루셀라스’ 역)
P: 안녕하세요. 포도나무교회 청년이시죠?
장하준: 네, 맞습니다. 올해로 8년째 교회에 다니고 있고, 현재 23살입니다.
P: 제대도 막 하셨다고요? 어떻게 이 시점에 거의 주연급으로 동참하게 되셨나요?
장하준: 고등학생 때 알던 선생님께서 먼저 제안해주셨고, 관계자 분을 통해 다시 연락을 받았어요. 고민도 하고 기도하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P: ‘루셀라스’는 어떤 인물인가요?
장하준: 주인공 ‘마셀라스’의 친구로 로마 제국에 충성스러운 인물입니다. 마셀라스가 회심한 이후엔 갈등을 겪기도 하고, 설득하기도 하는 그런 역할이에요. 입체적이고 감정선이 복잡한 인물이에요.
P: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은요?
장하준: 캐릭터는 금방 이해가 됐어요. 강하고 의리 있는 인물이니까요. 그런데 제 성격은 부드럽고 조용한 편이라, 그런 강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아직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L: 저희가 보기엔 루셀라스와 이미지 잘 어울려요.
장하준: (웃음) 아 그래요? 지금도 연습 중인데 바로 제 씬이라 조금 떨리네요. 마셀라스가 회심한 자신의 입장을 장군에게 보고하고, 이후 제가 화가 나서 친구를 추궁하는 장면입니다.
P: 이 뮤지컬을 통해 개인적으로 받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장하준: ‘부활’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뮤지컬 속 인물들은 죽음과 순교를 경험하잖아요. 나의 현실에선 접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연기를 하면서 ‘나도 그들처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었어요.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헌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이들의 고백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