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맞아?’
영화 <호조>의 포스터 디자인을 맡은 정모씨는 처음 시안을 만들고 다소 당황스러웠다. 자신 뿐 아니라 그것을 본 팀원들도.
머릿속에서는 분명 멋졌는데…
그의 <호조> 포스터 제작기 모험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영화 <호조> 촬영 현장. Ⓒ마스터브릿지
일제강점기, 안창호와 손정도라는 두 인물의 대립과 연합을 그린 작품. 주제는 묵직했다. ‘정의가 없는 사랑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vs. ‘사랑 없는 정의는 폭력일 뿐’ — 그 안에서 우리는 사랑과 정의, 하나님의 마음, 그리고 어둠을 닦아내는 손길을 디자인해야 했다.
시행착오 가득한 그 과정을 몸소 겪은 정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컨셉을 잡아야 한다
한 팀원이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나눠주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포스터에 담겼으면 좋겠다고.
“나는 걸레가 되겠습니다.” 손정도 목사님의 고백이 떠올랐다.
암흑같은 시대를 예수님처럼 빛으로 닦아내고 싶었던 그의 마음.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싶었다.
첫 번째 시도, 시행착오
컨셉은 좋은데,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이 안왔다.
일단 포토샵으로 마구 만들어봤다.
그리고 대표님께 들은 말,
“음… 이게 뭐예요?”
결과물은 타인에게 내 머리 속 이미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대표님이 말했다.
“머리 속에 표현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뭘 해서라도 구현해봐야 해요. 지금 나가서 뭐라도 해보세요.”
그래서 나갔다. 미술실로 가서 먹을 빌리고, 물감을 샀다.
팔을 걷어붙이고, 작업을 시작했다.

팔을 걷어붙인 정모씨. Ⓒ마스터브릿지
한반도를 닦다
처음엔 머리 속에 있는 것이 표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팀원이(또 다른 정모씨) 한반도 모양으로 물감을 닦아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오케이, 물감으로 한반도를 그렸다. 아니, 닦아냈다.
암흑같았던 그 시대를 닦아내듯.
그 안에 손정도 목사님을 넣었다. 그의 삶의 고백, 그리고 대한민국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비로소 표현되는 것 같았다.
팀과 함께 붓질하고 닦아가며, 기획한 목적에 맞는 포스터가 완성됐다.

한반도 모양으로 물감을 닦는 또 다른 정모씨. Ⓒ마스터브릿지

완성된 한반도를 촬영중인 대표님. Ⓒ마스터브릿지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정말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한다. 머릿속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며, 팀과 공유하고 함께 해나갈 때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영화 <호조> 포스터. Ⓒ마스터브릿지

영화 <호조> 포스터. Ⓒ마스터브릿지
그렇게 완성된 포스터는 영화 홍보에 쓰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 과정을 함께 고민하며 걸었다는 값진 경험은 그보다 더 감사하다.
NEVER MISS A THING!
Subscribe and get freshly baked articles. Join the community!
Join the newsletter to receive the latest updates in your in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