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5일 화요일

완벽함 너머의 질문, 나오시마에서 본 예술의 길

마블팀은 울주 프로젝트의 2차 현장 답사로 일본 가가와현의 나오시마에 다녀왔다. 일정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2박 3일이었다. 나오시마는 국제 규모의 예술제와 체류형 관광 모델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대표적 예술섬으로서, 울주 문화전략 수립을 위한 비교 분석 사례로 큰 가치가 있었다. 

나오시마 행 페리. ⓒ마스터브릿지

리서치팀은 오전에 치추·이우환·베네세 일대를, 오후엔 혼무라 마을·신미술관·안도 뮤지엄을 조사했다. 

치추 미술관에서 도보로 약 10분,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광활한 바다와 평야, 그리고 거대한 조각 작품이 펼쳐졌다. 이우환 미술관의 압도적인 스케일까지 더해져 인상적이었지만, 감탄 뒤엔 묘한 무거움이 남았다. 공간은 인간을 작게 만드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듯해도 결국 인간 중심적 시각이 강했다. 방문객들도 감탄과 동시에 거리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 

“예수님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작게 만들지 않으신다.” 
김은총 대표의 이 말에 팀 모두가 깊이 공감했다. 
거대한 예술의 압도감은 감동이 아니라 허무로 이어질 수 있다. 예술이 사람을 띄우고, 작가를 신격화하며, 결국 인간 중심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현장에서 직접 보았다. 

치추 미술관 앞, 입장을 앞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마스터브릿지

베네세 하우스는 전시·숙박·레스토랑·해안 산책로가 연결된 체류형 예술관광의 훌륭한 모델이었다. 운영 서비스와 공간의 완성도도 매우 높았다. 그러나 내국인은 거의 없었고, 관람객 대부분이 서양인이었다. 작품 해설도 없고 동선도 전문 관람층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설명이 없는 게 너무 당연한 분야다. 클래식도 똑같다.” 
김은총 대표의 피드백처럼, 현대 예술과 클래식 음악은 모두 ‘이해하는 사람들만의 리그’가 되어 있었다. 베네세 정원을 걸을 때는 부모님과 함께 오고 싶을 만큼 자연과의 조화가 아름다웠지만, 그 평화로움과 예술의 폐쇄성이 충돌했다. 예술은 모두가 누려야 하지만, 이곳의 감상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아는 예술로 작동하고 있었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 부르스 나우먼 <100가지 삶과 죽음>. ⓒ마스터브릿지

이번 리서치에서 본 일본 예술의 정체성은 매우 뚜렷했다. 국공립 기관조차 강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었고, 그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분명한 의지가 있었다. 철저히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이를 세련된 운영 시스템으로 유지하는 점은 울주가 배워야 할 부분이었다. 

답사를 진행하며, 나오시마를 포함한 12개의 섬에서 열리는 국제 예술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가 이 섬을 유지시키는 핵심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 축제가 있었기에 사람들이 이 먼 곳까지 찾아온다는 것. 전시는 전문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지역민과 방문객이 함께 ‘경험을 만들어가는 구조’였다. 

이 지점에서 마블팀은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클래식 단일 축제만으로는 울주의 지속적인 문화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 
예술이 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시민이 단순 관객이 아니라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음악제도 일회성 공연이 아니라, 지역의 삶·교육·체험이 함께 엮인 ‘열린 축제’로 확장될 때 생명력을 가진다. 

다카마쓰 성터 전통 문화 행사 <사자춤 왕국 사누키 2025>. ⓒ마스터브릿지
<사자춤 왕국 사누키 2025> - 사자탈 퍼포먼스. ⓒ마스터브릿지

나오시마는 완벽했다. 그러나 그 완벽함은 감탄보다 질문을 남겼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영감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폐쇄적이었다. 베네세와 치추 같은 시설이 유명세를 이끌었지만, 트리엔날레가 아니었다면 이만큼의 방문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남았다. 섬 전체는 고급스러웠지만 동시에 ‘그들만의 리그’였다. 유명하다는 이유로 방문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는 모호했다. 

이우환 미술관 앞에 섰을 때,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시는 예술’이 무엇인지 선명히 보였다. 사람을 신격화하고, 위대한 작품이라 부르며, 감탄과 압도를 숭배하는 구조. 하나님은 압도하는 예술을 기뻐하지 않으신다. 그분이 주신 예술의 본질은 감동이지 위축이 아니다.  

그렇다면 전통 클래식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유명한 지휘자나 완벽한 연주를 부르는 것으로 충분할까? 클래식 역시 그들만의 리그 안에 있다. 아름다움 자체는 하나님께 속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사람을 작게 만들고 관계 없는 감탄으로 끝난다면 생명을 주지 못한다. 

이우환 미술관 <Porte vers l’infini>. ⓒ마스터브릿지
이우환 미술관 <Relatum>. ⓒ마스터브릿지

이번 리서치는 단순한 예술 관광 사례 조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문화’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나오시마의 예술섬 모델은 완벽하고 정교했지만, 그 완벽함 속에서 예술이 인간을 작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보았다. 

그러나 그 사실은 단순 비판이 아니라, 울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분명한 통찰로 이어졌다. 
예술은 인간을 높이고 신격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삶을 살리고 하나님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우리가 만들려는 문화는 사람이 작아지는 예술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나는 예술이다. 
울주의 음악제와 교육, 기록은 무엇을 담아야 할까? 
하나님이 원하시는 국제적 규모의 축제는 무엇일까? 
하나님이 이 시대에 원하시는 예술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남긴 채 이번 리서치는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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